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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하는 서체>는 2018년부터 진행된 조혜진 작가의 작업으로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이주민 참여자들의 손글씨를 모아 서체를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서체는 목적에 따라 미적인 부분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관공서의 공문서에 사용될 때, 혹은 성격이 다른 각각의 집단이 요구하는 서체는 미적인 것을 넘어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규칙이 되기도 합니다. 이주민들이 한국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듣는 말, 좋아하는 문장, 가족의 이름 등을 모국어, 한국어로 표기해 작업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한국어의 모든 소리를 담고 있으면서 하나의 체계인 서체를 재구성합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여 만들 수 있는 글자의 개수는 11,172자이고, 그중 한국어 의미를 만들며 일반적으로 생활에서 쓰이는 글자는 2,350자 안에서 구성됩니다. 그 중 특히 많이 사용하는 글자인 빈출자는 210자 정도로 구분됩니다.

네팔, 독일, 러시아, 멕시코, 몽골, 베트남, 불가리아,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캄보디아, 터키, 필리핀 출신 이주민들의 참여로 채워진 <이주하는 서체>는 숫자와 기호를 포함한 620자로 참여자의 모국어 발음에 따라 일반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빈출자 바깥의 글씨들이 채워지기도 하였습니다.

이 영역은 한국어 의미로 구성된 단어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고유의 영역임과 동시에 서체 개발의 용이함을 위해 소거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관계 구조는 서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일상생활에 스며있는 이민자와 한국의 관계를 은유합니다.

2018-2020

2022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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